끄적끄적
1.
아직 백수다. 처음 퇴사 당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오래 쉴 줄은 전혀 몰랐는데 어느 덧 10개월이 되었다. 대부분 서류에서부터 탈락했지만, 몇몇 회사는 면접을 보기도 하고 최종 면접까지 가서 결과를 기다리거나, 합격했지만 처우가 맞지 않아 고사한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취업이 마음처럼 되지 않다보니 마음이 점점 조급해지고 여유가 없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점점 현실에서 도피하려고 잠이 많아지거나 게을러지는 것 같다. 정신차려야겠다.
2.
캐캐묵은 숙원 사업(?)을 하나 했다. 바로 천문대에 별 보러 가는 것이었다. 그동안 여러 핑계로 가지 못(않)했지만 장마 기간 중 반짝하고 구름 한 점 없는 날이 있어서 이때 아니면 가지 않을 것 같아서 뭐에 홀린 듯 홀로 갔다왔다. 간 곳은 화천조경철천문대라는 곳인데, 가는 길 중반까지는 꼬불랑길이 이어져서 운전하는 데 재미있었지만, 도착 막바지에 가서는 비포장도로의 꼬불랑길이 이어져서 정신 못차리면 그대로 꼬꾸라지거나 차가 고장날 것 같아서 긴장하면서 올라갔다. 마침 그 날이 천문대는 휴관일이었고, 오후 10시쯤 도착했는데 아무도 없어서 마치 전세낸 기분이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는 우주의 장엄하고 경이로운 모습을 담을 수 없다는 것에 진한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 아주 어렸을 적에 외가댁에서 밤중에 별을 본 이후로 맨 눈으로 하늘의 수 많은 별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별이 나에게 쏟아지는 것만 같은 느낌은 정말 황홀했던 순간이었다. 전세낸 기분도 잠시, 차 몇 대가 주차장에 도착했다. 한 팀은 나처럼 맨눈으로 잠시 둘러보러 온 것 같았고, 한 팀은 아마추어 천문학자 같아 보였다. 적외선 안경(?)같은 걸로 어두운 곳에서 장비를 챙기는 모습을 보고 머쓱해져서 황급히 천문대를 내려왔다. 겨울에도 다시 한 번 와보고 싶었다.
3.
또다른 캐캐묵은 숙원 사업(?)을 했다. 바로 내 차의 리콜 조치다. 무려 3건을 한 번에 하게 되었는데, 예약을 올해 2월에 한 것을 이제서야 조치 받는 것이다 (…) 유난히 BMW에서 점검이나 이런 조치 받는게 어려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직원들은 친절하고 서비스도 좋긴 한데, 그 서비스를 받기 위해 몇 달 씩이나 기다려야하는게 너무 불편하다. 리콜이니까 안전과 직결되니까 불안하기도 하고. 어쨌든 그 숙원 사업을 이 포스팅을 쓰는 오늘 했다. 9시에 차를 맡기도 오후 6시에 찾으러 가야한다. 딜리버리 서비스도 있다는데 불안해서 직접 가지러 가려고 한다. 최근에 면접 본 회사들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어쨌든 차를 팔아야 하니까 리콜 같은 건 받아놓고 파는게 나을 것 같기도 하고… 막상 팔 생각하니까 자꾸 눈에 밟히는게 아쉽긴 한가 보다.
4.
왠지 차를 팔 것 같아서, 다음 차에 대한 고민을 그러지 않아도 하고 있었는데 그 후보 중 하나가 현대 캐스퍼 일렉트릭이다. 지난 주에 시승을 하고 왔는데, 마지막으로 탔던 현대기아차의 전기차가 쏘울부스터EV였으니,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가장 체험해보고 싶었던 것이 AUTO 회생 제동 기능이었는데, 생각보다 아주 잘 되어서 놀랬다. 다만 앞차와의 거리가 ASCC급으로 띄워놓아서 살짝 엑셀을 밟아서 붙여놓기도 했는데, 멈출 때마다 울컥하는 느낌이 썩 좋지는 않았다. i-Pedal 기능도 어떤가 궁금했는데 원래부터 원페달 드라이빙을 했던 사람이면 크게 이질감 없이 쓸 수 있는 것 같다. 가속도 너무 과하지 않고 매우 부드럽게 되어서 인상적이었다. 출력이 아무래도 부족하다보니 그런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래도 일상 주행에서 아주 충분한 출력이라 감점 요인은 아닌 것 같다. 이 차에서 아쉬운 것이 있다면 충전포트가 앞에 있다는 것, 2열에 컵홀더가 없다는 것 정도. 다른 후보는 쉐보레 볼트 EUV인데, 이것도 조만간 렌트해서 시승해볼 생각이다.
5.
최근에 폴드7을 실물로 만져볼 기회가 있었다.

폴드1/2를 썼고 2는 아직도 집에 가지고 있는 입장에서… 이건 물건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일하고 있었으면 당장 사전 예약 했을 것 같다. 현재 내가 쓰고 있는 갤럭시 S24+와 두께는 같고 무게는 비슷하거나 더 가벼운 것 같았다. 일단 생폰 자체가 너무 이쁘다. 커버 디스플레이부터 다른 바형 스마트폰과 비율이 비슷해져서 사용하는 데 큰 불편은 없을 것 같고, 평소엔 접어서 쓰다가 인터넷 기사를 읽거나 책을 보거나 하는 등의 컨텐츠를 즐길 땐 펼치는 용도로 활용이 가능할 것 같다. 전작들은 너무 무거워서 손목에 무리가 갔는데 이건 진짜 가볍다. 이게 바로 혁신인듯? 200 안쪽이었으면 무리해서 사볼까 했지만 237… 절대 만만한 가격이 아니다. 슬그머니 포기 ㅠ
6.
힘든 현실을 도피하는 행동의 하나로 잠과 함께 헬다이버즈2를 다시 하고 있다. 전작에 있었던 일루미닛이라는 종족이 지난 5월에 추가되었기도 하고, 지인이 최근에 시작했다고 해서 같이 하고 있다. 간만에 하니까 역시 내가 좋아했던 장르의 게임이다보니 오랜만에 해도 재미있다. 일단 현대적인 게임들은 같이 해야 재미있는 것 같다. 그래서 요즘 데스티니를 안하고 있기도 하다. 같이 할 사람이 없으니까. 게임이 재미있어도 같이 할 사람이 없으면 재미가 반감되는 것 같다. 어쨌든 일루미닛… 너무 어려워서 결국 벌레나 잡고 있다 ㅎ; 생각해보니 이전에 재미없었던 이유는 억까를 강요하는 밸런스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었는데, 지금은 쓸어버리는 재미를 잘 살린 것 같다. 너도 한 방 나도 한 방 같은 느낌이랄까? 예전에는 잡몹은 별로 안아팠는데 지금은 제일 약한 몹이 때려도 반피가 남는다 (…) 이렇게 재미있게 게임을 하고는 있는데, 막상 같이 하고 있던 지인은 취업을 해버려서 결국 또 혼자하고 있다 (…) 나는 언제 하냐…
7.
오랜만에 친구와 영화를 봤다. 거의 1년만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이 친구가 아니면 영화관에 영 가질 않으니 내심 고마워하고 있다. 보게된 영화는 슈퍼맨이다. 아주 옛날 슈퍼맨 영화는 본 적이 없고, 맨 오브 스틸부터 봤는데 사전 정보를 하나도 모르고 가서 러닝 타임이 얼만지도 몰랐는데 아무런 기대없이 봐서 그런가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처음부터 스토리를 과감하게 스킵하고 액션부터 시작하는 게 인상깊었다. 헨리 카빌의 슈퍼맨이 아직도 눈에 아른거리지만 지금 배우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렉스 루터가 원작과 거의 비슷하다고 호평이라는데, 나는 배댓슈의 루터가 더 취향인 것 같다(다들 평가는 아주 안좋지만). 간만에 뇌빼고 도파민만 채우는 기분이라 좋았다.
두 달 동안 생각보다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다음에는 좋은 소식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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