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ongjin Oh 🖖 Live Lazy And Programming

테슬라 모델 3 SR+ 2년 운행기

2년 전 이 날, 내 드림카였던 테슬라 모델3을 인수했다.

받고 나서 첫 주부터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사고없이 잘 운행하고 있다. 타면 탈수록 사길 정말 잘 했다고 생각이 든다.

…라고 끝내기에는 뭔가 아쉽다. 나름 2년 동안의 시간을 데이터 +마음 기반으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차를 받고서 테슬라메이트라는 서드파티 플러그인을 이용하여 차에서 보내는 거의 모든 데이터를 수집했고, 금전적인 부분은 마이클이라는 차계부를 사용했다.

1. 전비/주행 가능 거리

지금까지 27,827km를 달렸다. 차를 받을 당시에 완충 시 380km를 갈 수 있었고 조금 더 지나니 최대 383km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었다. 갈수록 점점 내려갔고 매서웠던 지난 겨울에는 350km까지 떨어지기에 이르렀다. 거의 10%에 가까운 열화(?)율…! 물론 2021년 2월까진 19인치 타이어로 운행했고 이후에는 18인치로 내려서 다니긴 했지만 그래도 차이가 어마무시했다. 첫 겨울엔 히터도 틀지 않고 지내려 했으나 그래봤자 3일에 한 번 충전할 것이 4일에 한 번으로 바뀌는 정도여서 기왕이면 차 탈 땐 편해야지 않냐는 마인드로 보낸게 지금에 이르렀다. 지금까지 평균 전비는 트립컴퓨터 상으로 6.53km/kWh(153wh/km)정도. 마이클 상으로는 5.37km/kWh(186wh/km). 차이가 나는 이유는 트립컴퓨터에서는 주행 시에만 측정하고 차계부에서는 주행거리 대비 총 충전 수가 나뉘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계부가 더 정확할 것이다. 카카오톡에 오너 단톡방이 있는데, 나는 그래도 중간 정도 하는 것 같다. 마이클 기준으로는 하위권이긴 하지만 :)

2. 오토파일럿

차선 중앙 유지를 지원하는 차량을 모델3를 더해서 아이오닉 정도여서 평가하긴 어렵지만, 차선의 중앙을 아주 잘 지켜서 간다. 내가 직접 하는 것보다 더 잘해서 앵간하면 맡긴다 (…) 차간 거리 조절도 업데이트 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부드럽게 가/감속한다. 특히 가속이 부드럽다. 아이오닉은 거의 급발진 수준으로 튀어나갔는데… 중간에 끼어들어오는 차도 아주 잘 인식해서 속도를 잘 줄여준다. 아쉬운게 있다면 정차 시 앞차와의 거리가 차 두 대는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벌린다. 아마 전방 카메라로 인식할 때 최소 거리가 그정도는 되어야 하나보다.

이전엔 하루 출퇴근 거리가 시내 위주의 20km 남짓이었지만 지금은 간선도로 위주의 70~80km다보니 오토파일럿없는 출퇴근 운전은 상상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처음에 핸들에 손을 올려놓는 인식이 잘 안되어서 결함인가 싶었지만 이것도 요령이 있더라(치터 아니다). 요령을 깨우친 후에는 정말 편안해졌다. 여기서 말하는 오토파일럿은 FSD가 아닌 오토스티어를 말한다. 계속 쓰다보니 아이오닉 타던 시절의 기억이 열화되어서 그때도 비슷하지 않았나 싶긴 한데 어쨌든.

운행 초기엔 팬텀 브레이크 현상이 종종 있었는데 꾸준히 업데이트 되면서 거의 없어졌다. 처음 경험했을 땐 깜짝 놀랬는데 :)

3.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차가 싫증날 즈음에 업데이트가 된다. 업데이트 때마다 여러 의미로 새로운 경험이 된다. 좋은 의미로는 없던 편의 기능이 추가되고, 나쁜 의미로는 잘 되던 기능이 이상해진다던가 불편한 버그들이 종종 등장한다. 정말 굴러가는 아이패드같다. 업데이트가 긍정적이면 새 차를 타는 것만 같고, 부정적이면 기변 생각이 자꾸 들기도 한다 ㅎ;

나름 업데이트 주기도 일정하고, 데이트인 적은 흔치 않아서 매 업데이트가 기다려지긴 한다. 처음 차 받았을 땐 차에서 게임도 하고 유튜브, 넷플릭스 등도 보고 토이박스 같은걸로 동승자와 놀기도 했는데 익숙해지니 무덤덤해졌다 (…)

4. 유지비

2년동안의 유지비를 살펴봤다.

대충 5,000km에 20만원정도 들었다. 2020년의 충전비가 낮은 이유는 전기 충전비 할인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보험비가 굉장히 비싸다. 1인 한정이어도 매년 100만원이 넘게 나왔다. 하지만 이외에는 와이퍼와 에어컨 필터 교체 비용 정도 들었다. 타이어도 4만km정도 타면 교체해야할 것 같지만… 다른거 신경 안써도 되는 부분이 굉장히 좋다.

5. 소음

전기차라고 마냥 조용하지 않다. 물론 주차 상태일 땐 그 흔하다는 고주파음도 안들린다. 운행할 때 저속 구간에서는 바퀴 굴러가는 소리가 제일 크고, 90km/h가 넘어가면 풍절음이 크게 들려온다. 110km/h가 넘어가면 음악 소리도 점점 안들리기 시작한다. 개인적으로는 고속에서는 아이오닉보다 시끄러운 것 같다 (…) 그리고 만 2년이 되어서 그런지 여기저기서 잡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도어쪽에 이상한 소음이 나서 센터에 맡겨봤는데 결국 못잡았다 ㅠㅠ… 웃긴건 이후에 소리가 없어졌다 (…)

6. 성능

더할 나위 없다. 2년 전에 이 차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다. 솔직히 이 급에서는 차고 넘치는 것 같다. 처음에야 신나서 밟았는데 요즘엔 얌전~히 다닌다. 밟아봐야 머선소용이고…

7. 충전

나의 경우 집밥이 있기 때문에 평소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간혹가다 이런 사람들이 있다 (…)

한국 문맹률이 낮은 것도 아닌데 왜 이러는지 잘 모르겠다. 당기시오 써있으면 밀고 미시오 써있으면 당기고 그동안엔 경비실에 따지거나 직접 연락도 했었지만 그런거에 쓸 힘이 아까워서 그냥 냅둔다 (…) 최근에 뭐 법이 나왔다는데 내가 사는 아파트는 해당 사항이 없어보이고 계도 기간이라면서 공무원들도 태업한다. 아직 시기상조 맞다 :(

장거리의 경우에도 최근에 공용 급속 충전기가 많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설치만 해두고 관리는 안해서 고장난 충전기가 수두룩하다. 처음엔 차데모나 DC콤보 어댑터를 이용해서 휴게소에서 쉬거나 밥먹으면서 충전시켰지만 언젠가부터 휴게소에서 충전하지 않는다. 대부분 고장나있거나 가득 차 있거나 일반차가 주차되어 있거나 (…) 차라리 고속도로에서 잠시 벗어나더라도 더 빠르고 쾌적한 슈퍼차저전 이용하는 것이 시간적으로나 마음적으로나 심지어 비용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좋다. 다른 전기차로 쉽게 못가는 요인 중 하나가 아닐까 싶기도 :)

8. 서비스

테슬라의 고객 응대는 이제까지 겪어봤을 땐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간단한 정비는 모바일 서비스로도 가능한 것이 신선했다.

위와 같이 모델S를 끌고 정비 기사가 직접 고객이 원하는 곳으로 찾아와서 정비해준다. 센터가야할 사항이면 얄짤없다 (…) 센터에서도 직원들은 친절했고, 공손하고 예의바른 태도를 유지했다. 문제 해결 능력은 글쎄… 유서 깊은(?) 강서 센터가 잘 해주는 것 같다.

9. 네비게이션

처음보다야 낫지만 여전히 폰네비를 대체하진 못했다. 지도는 티맵으로 바뀌어서 조금 나아졌으나 맵 업데이트가 빨라야 반년에 한 번이고 보통은 1년에 한 번 한다. 아직도 50km/h 제한 도로가 60km/h로 되어 있거나 개통한 서부간선지하도로를 못가거나… 맵 업데이트가 안되면 문제가 오토파일럿을 쓸 수 없다. 제한속도가 10km/h로 강제로 내려져서 도저히 쓸 수 없다.

올해 초에 낚시인지 뭔지 모를 사진이 올라와서 테슬라 오너들을 설레게 했는데, 티맵 자체가 테슬라에 내장된 릴리즈 노트 사진이 등장한 적이 있다. 제발 빨리 나와서 기변병이 다가오는 걸 연장해줬으면 좋겠다 (…)


두서없이 일단 적어질러봤다. 지금까지 가장 오래 탄 차이고 그게 현재 진행형이라 뿌듯하면서도 바꿀 때가 되었다며 자꾸 내 안의 다른 내가 괴롭히고 있다 (…) 어쨌든 2년 동안 별 일없이 안전하게 동작해줘서 너무 고마운 차다. 내년에도 함께할…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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