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울 부스터 EV와 모델 3 시승기
지난 일요일과 오늘, 각각 기아의 쏘울 부스터 EV와 테슬라의 모델 3를 시승하고 왔다. 쏘울 부스터 EV의 경우 그린카에서 발행한 전기차 4시간 쿠폰을 이용하여,
마포(차고지) -> 집(성북구) -> 회사(서초구) -> 집(성북구) -> 스타벅스(팔당DT점) -> 마포(차고지)
를 쉬지 않고(…) 타보았다. 모델 3의 경우 스타필드 하남에 있는 테슬라 스토어에서 시승 신청을 하여 약 30분 동안 정해진 시승 코스를 따라서 체험해보았다.
먼저 쏘울 부스터 EV에 대한 시승 소감을 풀어보겠다.
첫 인상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이었다.
트렁크도 생각보다 크고, 특히 2열은 정말 광활했다. 무릎 공간은 넘쳐 흘렀고, 헤드룸도 마찬가지였다. 운전석은 말해 뭐하나. 각종 수납 공간도 잘 되어 있어서 좋았다. 실용적이라는 단어가 정말로 잘 어울리는 차인듯 하다.
실물은 흰색도 이쁘더라.
나는 차의 색을 고를 때면 거의 그레이(쥐색) 계열을 꼽는다. 기아 스팅어와 같이 빨간색이 어울리는 차도 좋아한다. 그런데 이 차는 흰색도 이쁘다. 밝은 계통의 색이 잘 받는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카쉐어링 특성상 깨끗하게 쓰지 않아서 굉장히 더러웠다. 앞 모습이야 원래 이뻤는데 뒷 모습은 역시 적응되어서 그런지 뇌가 이쁘다고 한다. 큰일이다 (ㅋㅋ)
조용하다. 그러나, 잡소리도 간혹 들리고 특히 노면소음이 굉장히 심했다.
무슨 엔진룸 방음이 안되어 있는 차 마냥 진동과 소음이 동시에 느껴졌다. 저속일 때는 괜찮지만 중/고속으로 갈 수록 크게 들렸고 틀어놨던 음악이 점점 들리지 않기 시작한다. 풍절음은 박스카 치고는 생각보다 크게 나지는 않았다.
속도감(?)이 잘 나지 않는다.
내 차(아이오닉)에 비해 조용해서 그런지 같은 속도를 낼 때의 소음이 달라서 이쯤이면 50km/h로 달리고 있겠거니 싶었는데 어느새 70~80km/h로 달리고 있어서 깜짝 놀랄 때가 많았다. 그리고 속도를 오버했다는 걸 깨달은 것도 네비에서 과속 카메라를 알려줄 때였다. 아이오닉과 비슷하게 운행했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굉장히 오버한 것. 조심 또 조심해야겠다.
굉장한 가속력을 맛볼 수 있었다.
신호에 걸렸는데 맨 앞에서 정지하게 되었다. 신호가 바뀌자마자 한 번 쏴보았다. 순식간에 올라가는 속도를 보면서 이게 바로 전기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오닉과 볼트도 타봤지만 그들보다 더 쌘 것 같다. 하지만…
고속 안정성이 매우 떨어졌다.
물론 이는 카쉐어링 전기차라서 타이어 상태나 공기압 등이 문제일 수도 있다. 어쨌든 약 90~110km/h로 달릴 때 조향이 굉장히 불안했다. 까딱해서 정신 놓으면 저세상 가겠구나 싶었다.
주행 보조 장치들은 더 뉴 아이오닉보다 좋은 것 같다.
스탑 앤 고 기능도 굉장히 부드럽게 가속/제동을 해서 마음에 들었다. 아이오닉의 경우 ASCC를 켜면 출발하고 멈출 때 꿀렁꿀렁 거려서 굉장히 불편하다. 그래서 동승자가 있을 경우 잘 쓰지 않는다. 그런데 전기차라서 그런지 이 기능이 굉장히 부드럽게 동작했다. 차선 중앙에도 잘 붙어서 가기도 했고 여러모로 만족했다.
승차감은 글쎄…
전날에 무거운 짐을 좀 날라서 그런지 몸이 뻐근하긴 했지만 그다지 편안 승차감은 아니었다. 4시간 동안 타다가 내 아이오닉을 타고 집에 가는 길에 굉장히 편했던 것을 생각하면… 물론 거의 1년을 몰고 다닌 차와 편한 걸 비교하는 것도 이상하긴 한데 허리가 좀 아팠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4시간 동안 탔던 쏘울 부스터 EV에 대한 평가는 타기 전보다는 좋진 않다. 특히 고속 주행 안정성이 떨어진 건 꽤 큰 마이너스 요소가 아니었을까 싶다. 실용적인 측면은 인정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주행하면서 위험하다는 것을 느껴버려서 무거운 마음으로 모델 3 시승을 기다리게 되었다. 모델 3 마저도 별로라면 신차가 나올 때까지 꽤나 기다려야한다는 뜻이 되므로 난감해진 것이다.
어쨌든 이어서 모델 3에 대한 시승 소감도 풀어보겠다.
첫 인상은 3초 포르쉐였다.
차를 타고 다니면서 모델 3는 굉장히 많이 볼 수 있는 차이다. 지나갈 때마다 포르쉐랑 헷갈렸다. 파란 번호판을 보고 모델 3라고 깨달은 적도 있다. 이번에 테슬라 스토어에서 실물을 가까이서 만져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전시차에도 단차나 그런게 있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완성도는 훌륭해보였다. 문을 여닫는 것도 신기했고, 터치스크린으로 모든 것을 조작하는 것도 처음에는 익숙치 않았지만 시승하면서 금방 익숙해졌다. 2열의 무릎 공간은 주먹 3개가 들어갈 정도로 상당히 넓었지만 헤드룸은 거의 아이오닉 수준이었다. 트렁크도 굉장히 깊어서 놀랐고, 프렁크도 생각보단 컸다.
조용했으나, 풍절음이 기가막히게 들린다 (…)
저/중속으로 달릴 땐 매우 조용하다. 그러나 고속 주행 시… 풍절음이 장난아니다. 옆에 동승했던 테슬라 직원도 민망해 할 정도로 크게 들리는 통에 윈드킹이나 방음 작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느껴졌다. 그렇게 적어도 20만원 추가다.
주행 질감은 다른 전기차가 전혀 생각나지 않을 만큼 좋다.
이틀전에 탔던 쏘울은 정말 내 기억 속에서 혼탁해질 정도로 너무 마음에 들었다. 대만에서 시승하다가 사고난 이슈로 인해 시승할 땐 최고 속도가 120km/h로 제한되어 있어서 그 이상을 달려보진 못했으나 120km/h로도 이 차를 이해하는데는 충분했다. 지금까지 타봤던 다른 전기차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굉장히 안정적이고 빠르다. 이런 느낌은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운전자에게 줄 수 있는 듯 하다. 속도감도 즉각 느껴졌는데 이는 풍절음이 적잖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긴 하다 (…) 핸들의 경우 컴포트에서도 무거운 편이고 스티어링의 두께도 생각보다 두꺼운 편이었다. 아이오닉이 얇은 편이긴 하지만; 회생제동의 경우 현기차의 전기차처럼 회생단계를 패들시프트로 조절할 수 없어서 아쉽긴 했지만 원페달 드라이빙을 지원해서 시내 주행이 많은 나에게는 굉장히 편할 것 같다.
역시나 오토파일럿이다.
시승할 땐 오토파일럿으로 뭔가를 할 수 있는 구간이 짧아서 많은 것을 해보진 못했으나 장점과 단점을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장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보적인 차선 중앙 유지와 부드러운 출발/정차, 차선 변경같은 것들이다. 단점은 내가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겠지만 오토파일럿 유지를 위해 손을 올려놓는 것이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들어간다. 어떤 유튜브 영상에서 보니까 요령이 있는 것 같은데, 요령이 없는 오너들은 헬퍼(불법인 것으로 알고있다…)를 사용한다고 한다. 아이오닉에서 ASCC를 사용할 때처럼 핸들을 잡아봤는데 핸들을 잡으라는 메시지가 뜬 것을 보면 다른 방법을 써야할 것 같다. 또 다른 단점은 이 차만 해당하는지도 모르겠으나 차선 변경이 좌측은 잘 되지 않을 때가 있었다. 동승한 직원분도 그것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주기는 했으나 아쉬운 부분이었다.
2열의 개방감이 상당하다.
이번에 시승을 하면서 놀고 있는(…) 친구도 함께 했다. 그 친구는 2열에 앉아서 시승하게 되었는데, 위에 적었던 가속할 때의 시트에 파묻히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넋을 잃다가 천장을 보게 되었는데, 그게 굉장히 인상깊었나보다. 계속 하늘만 보게 되었다면서 답답하지 않아서 좋다고 한다. 나는 사실 운전에 집중하느라 위를 볼 생각을 하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친구를 잘 데리고 온 것 같다. 아무래도 나 혼자 주로 타겠지만 같이 타는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머리 공간이 적은 것은 불편하겠으나 시각적으로 탁 트여서 굉장히 좋을 것 같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고작 30분의 시승이었으나 체감상 10분 남짓으로 지나버린 것 같다. 운전하면서 간만에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껴졌다. 동승했던 친구도 시간이 너무 빨리가서 아쉬워했다. 아쉬웠다는 것은 신기했다, 재미있었다, 더 많이 타고 싶다, 이 차를 가지고 싶다…같은 갈증(?)과도 같다. 상상으로만 운전했던 모델 3는 상상 이상으로 큰 자극이 되어 돌아왔다. 그리고 결론은 자연스럽게 도출이 되었다.
그래서 나의 결론은,
가 되시겠다. 스토어 직원에게 물어보니 5월이나 늦어도 6월엔 인도받을 수 있다고 한다. 아직은 계약금만 넣은 상태지만, 인도 전에 어떻게 지불할 지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봐야겠다. 일단 생각해둔 플랜은 몇 가지가 있는데, 가장 하고 싶었던 플랜이 수포로 돌아가서 벌써부터 플랜B로 계획을 구상중이다 (…)
앞으로 남은 기간동안 전기차에 대해 많은 것을 공부해야겠다. 유지보수하는 방법부터 충전매너, 수 많은 충전 카드, 구입해야하는 액세서리나 시공해야할 것들 등등… 사실 몇 가지의 경우 다른 브랜드를 구입했더라면 신경쓰지 않아도 될 것들이지만, 테슬라의 경우 영업사원이 없기 때문에 차 구입 이외에는 정말 알아서 해야하는 것이다. 이것도 색다른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어서 인도 날짜가 확정되었으면 좋겠다. 기대가 많이 된다. 인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내가 무엇을 했는지도 간간히 적어보겠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