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차?
차를 산지 1달이 다 되어 간다. 인수하고 첫 주를 빼고는 정말 매일같이 몰고 다녔다. 평소 출퇴근은 물론이고 주말마다 친구를 태워다주거나 혼자 설렁설렁 나가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느꼈던 점은 출력의 아쉬움이었다. 무슨 경차에서 출력을 논하느냐 하지만 사실 그걸 감안하고 산 것이기도 했다. 집 앞의 언덕을 수없이 오르내리는 차들의 엔진 소리가 심상찮음을 깨달았음에도 언덕을 만만하게 본 것이었달까… 비단 언덕의 문제가 아니고 대한민국의 정서랄까 국민성이랄까? 경차를 무시하는 의식이 깊은 곳에 박혀있어서 그런지 아직 한달도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무시받은 경험이 있다. 도로 위에서는 만인이 평등하지 않던가…? 말로만 들었던 것을 직접 당하니까 기분도 굉장히 나빴다. 그렇게 대한민국의 운전자가 되어가는 것 같아서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뭐 어쨌든, 나름 이 차에 애정을 쏟았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 최대한 급정거/급가속은 하지 않고 세차…는 비록 출장세차 한번뿐이었지만 내외부로 꼼꼼하게 주문을 했었고 없던 옵션(오토라이트, 락폴딩, 원격시동)도 달아주고 신경을 쓰고 있다. 경차치고는 나쁘지 않은 안전 옵션은 말할 것도 없다. 각종 세제 혜택의 경우는 아직까진 와닿진 않지만 말이다. 그런데… 나의 기변병은 차로 와서도 이어졌나보다. 아쉬운 점이 보이면서 다른 차는 어떨지에 대해서 항상 궁금해왔고, 궁극적으로는 차를 바꾸고 싶어졌다. 물론 지금의 쩡파크도 나쁘지는 않다. 아버지께서도 직접 몰아보시고는 잘 샀다고 하셨으니. 아버지께서 많은 차를 몰아보신건 아니지만 내 기억으로는 적어도 3~4대의 차를 평생동안 함께하셨다. 지금 몰고다니시는 차는 03년식 싼타페… 곧 서울에서 퇴출될 노후경유차다. 그전에는 프라이드 1세대, 훨씬 전에는 트럭을 몰고 다니셨다. 더 전의 것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이니 기억에도 없다. 어쨌든 수십년동안의 그 경험은 거짓이 아닐터이다.
그럼에도 왜 바꾸고 싶으냐…하면 바꾸고 싶으니까다. 뭔 개똥같은 소리일까 싶지만 원래 충동구매란 것이 다 그런게 아닐까? 그래서 요 1~2주동안 다음 차는 뭐로 할지 틈나는대로 고민했다. 회사 화장실에서 똥싸면서도 생각했다 (…) 여러 차종을 리스트에 올려뒀었지만, 결국 원하는 옵션은 몇 가지 있었다.
- 우리집 언덕을 가뿐히 다닐 수 있는 좋은 출력의 차
- 각종 최신식 안전옵션이 들어간 차
- 작은차 (커봐야 준중형 이하)
- 60개월 할부금 50만원 미만으로 살 수 있는 차
- 5년 내외로 탈 차
정도였던 것 같다. 처음에는 연비도 고려해서 기름이 아예 들지 않는 전기차나 연비가 좋은 하이브리드차를 생각했지만 10년 이상 탈 것이 아니라면 차값을 생각하면 별로 이득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의 이 성격상 10년을 탈 것 같진 않기 때문에 (…) 어쨌든, 여러 고심끝에 추려본 리스트는 아래와 같다.
1. 현대 벨로스터 JS
1.4터보와 1.6터보 모델이 있다. 사실 아직도 이 둘 중에서 고민이 많다. 1.4T의 경우 물론 1.6T에 비해서겠지만 안정적이고 연비가 잘 나오고(그래봤자 1~2km/l 차이지만…) 싸다. 1.6T는 204마력의 엔진, 1.4T와 다른 외관 등이 다르다. 시승 신청을 해보려고 했는데 1.6T만 엄청나게 많다. 1.4T는 찬밥 신세인듯…
일단 왜 이 차를 골랐는가에 대해서는 이 나이가 아니면 못 탈 차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서 할지 말지 모르는 결혼을 하게 된다면 벨로스터는 적합하지 못하다. 패밀리카가 아니니까. 지금도 아직 많이 타 본 것은 아니지만 주로 혼자나 친구 한둘과 같이 타기에 ‘나’를 먼저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준중형급 차량중에서 가장 짧다(약 4.2m 정도). 지난 글에서 내가 작은 차를 좋아한다고 했던 것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이상적인 차다. 사실 폴로나 골프가 아직 시판 중이었다면 별로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
2. 현대 i30 PD
i30이 비싸다는 이야기가 많다. 실제로 비싸기도 하다. 그런데 리스트에 올린 차 중에서 어드벤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 되는 유일한 차다. 이 차를 사게 된다면 굉장히 편할 것이다. 비싼만큼 성능은 말할 것도 없고… i30의 파워트레인은 벨로스터와 공유하기 때문에 1.4T와 1.6T를 고를 수 있다. 하지만 i30을 사게 된다면 1.4T를 고를 것이다. 안그래도 연비가 안좋은데… i30은 펀카(Fun Car)가 아니니까.
이 차를 리스트에 올린 이유는 실용성과 재미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였다. 다른 준중형에서는 고를 수 없는 최신 옵션도 고를 수 있기도 하다. 그리고 그만큼 가장 비싸기도 하지만. 사실 이 리스트에 있는 세 종류의 차는 월 40만원 대 내외에서 살 수 있는 차이긴 하다. 위에서는 ‘나’만 생각했을 때고, 이 차는 같이 타는 사람도 생각할 수 있는 차라고 생각했다.
3. 기아 K3
K3이라서 3번째에 둔 것이 아니다. K3는 어떻게 보면 아반떼와 더불어 준중형의 표준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에 풀체인지를 하면서 많은 부분이 좋아졌다고 한다. 뭐 안타봐서 모르겠지만; 평가가 좋기도 하고 가격도 위의 두 차에 비하면 싼 편이라서 가성비가 좋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요즘 준중형의 추세에 맞게 굉장히 길고 커져서 작은차를 선호하는 나에게 있어서는 부담되는 크기기도 하다. 그리고 K3에 들어간 파워트레인이 스마트 스트림 IVT라는 것인데, 내가 현재 몰고 있는 스파크가 CVT라서 위의 두 차가 품고있는 DCT보다는 더 편하게 운행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나의 작은차 취향만 아니면 K3를 선택했을 것 같다. 참고로 벨로스터보다 40cm가 길고 현재 내가 타고 있는 스파크보다 1.1m 길다 (…)
결론은 아직도 나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내가 새 차를 살 수 있을만한 시기는 내년 4~5월이다. 차에 들어갔던 각종 할부가 끝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 즈음에 차를 중고로 팔고 그 돈을 선수금 및 각종 부가 비용으로 내고 나머지를 또 할부로할부인생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짜증나면 바꿔버릴 수도 있다. 사는 것을 결정하는 거야 어렵지 않고, 스파크를 팔고 나면 어느정도 돈이 있을 것이고 선수금을 낮추는 방향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벨로스터의 경우 내가 원하는 옵션을 풀 할부로 땡겨도 월 50이 안된다. 직장을 그만 두지 않는 이상은 말릴 일이 없다. 하지만 미래는 모르기 때문에 (…)
어쨌든 위의 차들에 대해서는 틈이 난다면 시승도 해보고 적극적으로 정보를 모아볼 생각이다. 12월 말 즈음에 여수에 갈 일이 있는데 그 전에 충동적으로 살 수도 있으니 멘탈 관리를 잘 해야겠다 (…) 이러다가 조만간 샀다고 포스팅하는건 아닐려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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