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사 면접 후기
이번 주 금요일 부로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를 그만두기로 하면서, 다시 한 번 격랑의 취업 시장이 뛰어들게 되었다. 요즘 업계가 힘들다 하지만 현재 나의 경력의 포지션이 그나마 자리가 많기에, 좋은 조건의 회사로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게임잡에 자기소개와 최근 포트폴리오를 제외하고 이력서만 작성한 후 오픈했는데 4년 전과는 다르게 나의 이력이 상당히 인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만 3년 조금 넘은 유니티 클라이언트 포지션이 한창 ‘가성비’가 좋을 때이기도 할 것 같았다. 물론 이전 회사 덕분에 연봉이 많이 오르면서 같은 연차의 다른 사람에 비해 가성비가 좋을지는 잘 모르겠다. 이력서를 보고 여러 회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메일과 문자는 기본이고 바로 전화하면서 면접을 보자는 곳도 있었다. 하지만 나의 나름대로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이 있다.
- 무엇을 하는 회사이고 어느 포지션에서 나를 채용할 것인지 명확한 곳
- 자금이 안정적인 회사
- 직원 수가 50명이 넘는 회사
- 홈페이지가 제대로 되어 있는 회사
- 명함을 주는 회사
- (될 수 있으면) 국내에 출시하는 회사
사실 모든 조건을 만족한다면야 더할나위 없겠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내 능력이 회사에서 원하는 수준이 안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회사의 현재 수준이 다니고 싶지 않은 회사가 있기 마련이다. 연락이 왔던 곳들 중에서 1번 조차도 지키지 않은 회사가 더러 있었다. 2번은 나에게 임금을 제대로 지급해줄 수 있는지 알기 위해 당연히 고려되는 사항이다. 3번의 경우엔 2번과도 연관이 있는데 50명 정도 규모의 회사라면 어느 정도 사업이 궤도에 올랐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4번과 5번은 회사로서 외부에 보여주는 얼굴이라고 생각하기에 조건에 붙였다. 6번은 이번 취직 과정에 새로 추가했는데, 지금까지 너무 해외 타겟의 게임만 개발하고 출시했던 것이 아닐까 싶어서 국내에도 출시하는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다른 조건들도 있지만, 보통 위의 사항들을 주로 보면서 결정한다. 곧 퇴사할 이 회사는 3번과 6번을 제외하곤 모든 사항이 해당되는 곳이었으나, 업무가 헬그럴 줄이야…
그러던 와중에 N사에 있는 아는 형으로부터 입사 제의가 있었고, 입사 지원을 하게 되었다. 4년 전에 불합격의 쓴 잔을 맛보았던 그 N사이다. 오랜만에 입사 지원서를 제대로 써보려니 커리어를 시작하기 전에 아둥바둥했던 때가 떠오르기도 했다. 입사 지원서를 쓸 때마다 항상 깊게 고민하는 부분이 몇 가지 있는데, 특기와 연봉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나의 특기가 뭘까 하는 질문을 수도 없이 던져 보았지만, 아무래도 뚜렷하게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역시나 대기업 답게 경력직을 채용할 때도 까다로운 기준이 적용되는 것 같았다. 서류 전형에서 합격하자마자 온라인으로 코딩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4문제를 무려 3일(72시간)동안 푸는 문제를 준 것이다. 이전에 N사에 경력으로 입사했던 분에게 사전에 어떤 방식인지는 들었지만, 얼마나 어려우면 3일동안이나 풀게 할까 싶었다. 그리고 삼일절 오후, 시험을 시작했다.
처음 문제를 보면서 ‘아차’ 싶었다. 직감적으로 이 문제들을 다 풀지 못할 것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나마 쉬워보이는 1번 문제를 풀어보았으나 결국 삼일절 8시간동안 단 한 문제도 풀지 못했다. 이 사실은 꽤나 충격으로 다가왔으며, 만약에 N사에 입사하게 되더라도 상당한 내상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느꼈다. 그래도 한 숨 자면서 다시 풀어보니 하나씩 풀리기 시작했고, 결국 3일동안 4문제 중 2문제밖에 풀지 못했다. 나머지 1문제는 좀 더 시간을 투자하여 풀었지만, 다른 나머지 1문제는 문제 접근 자체를 잘못하여 결국 풀지 못했다.
이렇게 좌절하고 있을 때, 1차 실무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 실무 면접의 경우 면접 1시간 전에 사전 코딩 테스트를 보고 이후에 면접을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1시간동안 1문제를 풀게 되는데, 또 시험이라니… 온라인 코딩 테스트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가운데 면접을 보려고 하니 상당히 힘들었다. ‘내가 이 정도 실력 밖에 되지 않는데 자격이나 될까?’ 싶은 마음이 내면 깊게 깔려버리게 되었고, 당일까지 잠도 제대로 못 자게 되버렸다. 면접일이 되어 N사가 있는 판교로 가게 되었다. 오랜만에 판교에 갔는데 역시나 집에서는 너무나도 먼 곳이었다. 적어도 1시간 30분은 걸린 것 같다. 마치 대학교 통학하는 기분이기도 했다.
사전 코딩 테스트는 생각보다 쉬웠다. 코드 파악 능력을 보려고 했던 것 같았다. 나름 코딩하며 결과물을 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 상당한 마이너스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면접은 약 1시간동안 진행되었다. C#과 관련한 기초적인 질문부터 실무에서 어떤 식으로 기술을 활용했는지에 대해 폭 넓게 물어보았다. C# 관련해서는 기초적인 사항을 긴가민가하다가 답변을 유도해주어 그나마 대답이 가능했던 것 같고, 실무에서 썼던 기술이나 내부 구현에 대한 설명 등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무난하게 대답했거나 모른다고 했던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면접이 끝나고 속이 좀 시원할 줄 알았는데 상당한 찝찝함만 남겼던 것 같다. 미련이 남는달까? 알고 있던 것도 첨 듣는다면서 모른다고 대답했던 것도 있고… 면접은 정말 어려운 것 같다.
그렇게 집에 돌아와서 게임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가 문득 결과가 올라오지 않았을까 싶어 전산 상으로 확인해보니 탈락 (…) 빠른 결정에 놀라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안심(?)이기도 했다. 이런 나를 합격 시켜주면 N사도 여타 다른 회사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곳일 터이니… 이전 글에서 코딩 인터뷰 퀘스쳔
이라는 책을 보고 있다고 했었는데 사실상 N사 면접에서는 큰 도움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다 읽지도 못했을 뿐더러 알고 있던 내용도 모른다고 대답했을 정도였으니 (…)
이전부터 나에게 ‘자존감이 없다’, ‘자신감을 키워라’ 라고 조언을 해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실력이 없는데 자신감이 있게 한다는 것은 허세를 부리라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 분들에게 있어서 내가 정말 ‘잘 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실제로 나는 잘 못한다. 이쪽 업계는 입으로 일하는 사람은 좋은 평가를 듣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말을 잘 하는 것도 아니라서 나는 입으로 일하지도 못한다. 이번 면접 과정에서 내게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다는 아니더라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N사에 지원했던 4년 전과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이번 이직은 나의 게임 커리어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사건이 될 것이라 본다. 이번에 성장하지 못한다면 ‘코드 몽키’가 될 것이고, 성장한다면 ‘프로그래머’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과연 ‘프로그래머’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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